"이스라엘 자손에게 고하여 그들에게 이르라 남자나 여자가 특별한 서원 곧 나실인의 서원을 하고 자기 몸을 구별하여 여호와께 드리거든...
무교병 한 광주리와 고운 가루에 기름 섞은 과자들과 기름 바른 무교전병들과 그 소제물과 전제물을 드릴 것이요"(민 6:2, 15)
• 예물
여기서 '예물'이란 '가까이 가져오다', '준비하다', '제공하다'는 뜻의 '카라브'에서 유래한 말로써 곧 여호와께 나아가는 자가 드릴 '봉헌물', '희생 예물'을 뜻한다(레 1:2). 일찍이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 나아오는 자에게 결코 '빈 손'으로 나오지 말 것을 명하신 바 있다(출 23:15). 이는 당신이 물질적으로 빈핍하기 때문이 결코 아니라, 당신을 만나러 오는 자로 하여금 그 은혜를 감사케 함으로써 당신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려는 목적으로 요구하신 것이다. 사실 예물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마 6:21). 한편 본문에서는 여호와께 드릴 '예물'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하였다.
(1) 번제물
나실인이 정한 기간을 채움으로써 서원에서 자유를 얻었지만, 여전히 하나님께 헌신의 삶을 살아갈 것을 고백하는 표의 예물이다<레 1:1-17>.
(2) 속죄 제물
헌신 기간 동안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지은 죄와 자신의 부족한 삶 전체를 고백하며 속죄의 은총을 바라고 드리는 제사 제물이다<레 4:1-5:13>. 사실 나실인의 생활이란 절대무흠이 요구되는 것이었으나, 그 서원을 마치는 날 이처럼 죄를 속하는 제사가 요구된 것은 아무도 하나님 앞에서 완전하다 할 자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다(롬 3:10).
(3) 화목제물
헌신 기간 동안 자신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계속 하나님과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기 원하여 드리는 제사 예물이다<레 7:11-36>.
(4) 소제물
이 제물은 화목 제물과 함께 드려졌는데, 서원 기간 동안 헌신과 봉사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예물이었다<레 2:1-16>. 그리고 이 소제물과 더불어 전제물이 드려졌다. 전제물이란 전제(奠祭)의 방식으로 드리는 예물로서 곧 포도주나 기름등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 전제물은 단독으로 전혀 드려질 수 없었고, 보통번제, 화목제, 소제 예물 등과 더불어 드려졌다(레 23:13).
소제(meal offering)와 전제(drink offering)로 바쳐질 제물을 열거한 15절의 내용을 보다 쉽게 번역한 공동 번역에는 "또 고운 밀가루를 기름에 반죽하여 누룩 없이 과자 모양으로 만든 것과 기름을 발라 누룩이 없이 만든 속 빈 과자 한 바구니를 곡식 예물과 제주(祭酒)와 함께 가져가 바친다"로 되어 있다. 이 모두는 여호와께 대한 감사의 표로써 드리는 일종의 감사 제물이다(레 7:12).
한편, "속죄제와 번제를 드리고", 번제보다 속죄제가 순서상 먼저 드려졌다<11절>. 그 이유는 인간에게 있어서 헌신과 감사 이전에 가장 먼저 요구되어지는 것이 바로 죄를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거룩하신 하나님은 죄 있는 인간과 결코 교제하실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하나님께 자신을 헌신하기에 앞서 죄 문제를 해결함이 마땅하다.
• 소제와 전제
"소제와 전제를 드릴 것이요" 엄밀히 구분하면 여기서 '소제'는 제사의 한 종류이고, '전제'는 제사 드리는 한 방법이다. 즉 전제는 제물을 '부어서'드리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리고 그 예물로서는 주로 기름이나 포도주가 사용되었다. 그러나 성경은 이러한 제사 종류와 제사 방법을 엄밀히 구분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혼용하고 있다. 한편, 이 소제와 전제는 단독으로는 거의 드려지지 않았고, 대부분 번제 또는 화목제와 더불어 드려졌다.
• 나실인이 지켜야할 금기사항
1) 그 머리털을 밀고
서원한 기간이 종료된 나실인은 하나님과의 특별한 관계(5절)와 각종 헌신에 대한 의무가 끝났음을 공식적으로 나타내기 위한 표시로써 머리털을 잘랐다. 물론 그가 머리털을 잘랐다고 해서 이제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의 권위를 인정치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체를 드리는 나실인의 까다로운 규제에서 벗어나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감을 가리키는 것이다.
"화목 제물 밑에 있는 불에 둘지며"(민 6:18)
감사와 교제로 상징되는 화목제에 불에 그동안 여호와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 자신이 특별히 구별되었음을 표시하는 긴 머리를<7절> 태우는 것은 서원 기간 동안의 구별된 삶 전체와 그 삶을 가능케 했던 사실을 모두 하나님의 은혜로 돌린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동시에 그동안의 삶이 온전히 하나님께 열납되었기를 바란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후부터 하나님과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소원도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하나님의 사람의 삶 전체는 항상 '하나님께 영광'과 '하나님과 화목'이라는 대명제 아래 머문다(고전 10:31).
나실인의 서원을 마무리 짓는 최종적인 제사로서 제사장은 화목제 예물(흠없는 수양 한 마리, 14절) 중 수양의 삶은 어깨 부위와 소제 예물(무교병 한 광주리와 기름 섞은 과자들과 기름 바른 무교전병들, 15절) 중 무교병 하나와 무교전병 하나(레 2:4 주석 참조)를 취해 '요제'(搖祭, a wave offering)로 드려야 했다. 그리고 요제로 드린 이 예물들은 이미 화목제로 드린 '흔든 가슴과 든 넓적다리'(레 7:34 주석 참조)와 함께 제사장의 몫으로 돌려졌다. 이처럼 나실인의 서원 종료 예물을 제사장이 취한 것은 그 나실인의 삶이 앞으로도 계속 제사장의 구별된 삶으로 이어져 그 속에서 하나님과 친교와 화목의 상태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축복이었다(Keil & Delitzsch, Vol. 1-3, p. 40).
• 요제
"여호와 앞에 요제로"
'요제'는 화목제 희생 제물의 가슴 및 곡식단과 첫이삭의 떡(본문에서는 무교병과 무교전병, 레 7:12)등을 앞.뒤로 흔들어 드리는 제사 방법이다<레 서론, 구약 제사의 종류와 의미>. 그리고 본문에 언급된 '가슴과 넓적다리'는 이미 화목 제물 중 제사장의 것으로 구별된 것이다(레 7:30-34). 한편 요제로 드려질 제물(19절)은 먼저 그것을 드리는 나실인의 손 위에 올려지며, 다음으로 제사장이 제물을 든 나실인의 손을 받쳐들고 흔들므로써 제사가 진행된다. 이같은 행동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의미하고 상징한다. 즉 (1)나실인의 헌신을 하나님께서 온전히 받으셨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제물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다시 거두어 들이는 이 요제의 행동은 하나님께 드려진 예물을 다시 제사장이 하나님으로부터 받는다는 사실을 상징화한 행동이다. (3)그리고 나실인이 바친 풍성한 예물이 하나님의 대변자인 제사장들에게 돌려져 그들의 음식이 되게 한것은 나실인이 하나님과 거룩하고도 풍성한 교제를 나누게 되었음을 상징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하나님께 온전한 봉사를 마친 자에게 주어지는 축복이다. 이처럼 구약 시대에 나실인이 제사장을 통하여 하나님께 예물을 드리고 교제를 나누는 이러한 간접적인 헌상(獻上)과 교제는 이제 신약 시대에 영적 나실인된 우리 성도들에게 이르러서는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직접적인 봉헌과 교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는 바 이것은 마침내, 새 하늘과 새 땅이 완성되는 날 가장 완전한 모습으로 이뤄질 것이다(계 21:1-4).
2) 독주를 마시지 말라
흔든 가슴과 든 넓적다리
레 7:34 주석 참조. 그 후에는...마실 수 있느니라 - 나실인이 나실인으로서의 기간 동안에는 엄격히 금지된 포도주를 마시는 이 의식은 하나님께서 나실인의 서원 종료 제사를 열납하셨음과 그의 헌신 기간이 완전 종료되었음을 확증하는 표시이다. 한편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때 나실인이 마셨던 포도주는 희생 제물과 더불어 드려졌던 전제물(15절)의 일부였던 것으로 추측된다(Keil, Winterbotham).이 외에도 힘이 미치는대로 - 즉 나실인의 법(13-20절)에 지정된 것 외에 나실인이 마음의 감동을 받은 대로 하나님께 특별 예물을 드려도 좋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것은 의무제가 아닌 '자원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힘이 미치는 대로'란 곧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로 해석할 수 있다. 이것은 (1) 인간의 형편과 처지를 깊이 이해하시는 하나님의 자애로우신 성품을 반영한 조처이더 (2) 감사하는 마음과 자원하는 심령에 의해 드려진 예물만이 참으로 하나님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출 36:3). 실로 하나님은 예물보다 그것을 드리는 인간의 마음을 더욱 감찰하신다(삼상 15:22). (3) 당신께 감사하는 마음을 하나님께서는 결코 억제시키거나 금지하지 않으신다는 점을 교훈한다. 한편 이 조항으로 인해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자가 '나실인의 법'을 수행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동료들이 자원제의 제물을 대신 내어주는 관례가 생겨났다고 한다(Josephus, Antiquities, XIX, 6,1; 행 21:24).
• 그 서원한대로...따라 할 것이니라
"이는 곧 서원한 나실인이 자기 몸을 구별한 일로 인하여 여호와께 예물을 드림과 행할 법이며 이 외에도 힘이 미치는대로 하려니와 그 서원한대로 자기 몸을 구별하는 법을 따라 할 것이니라"(민 6:21)
이는 '자신이 자발적으로 약속한 것 그대로 실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서원'이 지니는 필수 이행성을 강조한 표현으로써, 비록 서원한 것이 서원자에게 해로울지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것이 서원의 대전제 조건이다(시 15:4), (민30:1-8)
"그 눈은 망령된 자를 멸시하며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자를 존대하며 그 마음에 서원한 것은 해로울찌라도 변치 아니하며"(시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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